오페레타 뮤지컬 판타지아 시즌2
다온이는 뽀로로, 시크릿 쥬쥬, 티니핑, 신데렐라 등 책이나 티비 시리즈로 먼저 접한 이야기들을 뮤지컬들로 본 적이 있다. 뮤지컬을 처음 봤을 때 다온이는 티비에서 그려졌던 캐릭터들이 내 눈앞에 '진짜 존재한다'라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고 놀라워 했는데 나는 딸아이의 그러한 순수함이 부러웠다. 상상이 눈앞에 실재하는 경험은 어떤걸까? 지금 다온이는 아직까지 산타클로스를 믿기는 하지만 뮤지컬 무대위의 캐릭터들은 배우의 연기라는 것을 잘 안다. 어느날 티비를 보던 다온이가 "나 저 뮤지컬 보고 싶어, 내 용돈으로 보게 해줘"라고 했다. 제목은 <오페레타 뮤지컬 판타지아 시즌2>
가족뮤지컬 그랜드슬램 달성! 관객평가와 만족도, 예매율 1위
먼저 궁금했던 것은 오페레타의 의미다. 찾아보니 가벼운 음악극을 뜻하는 말로 오페라와 비슷한데 더 대중성 있고, 음악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오페라보다 가벼운 것을 특징으로 하는 장르라고 한다. 우리가 관람했던 시즌2는 이미 작년에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며 시즌3 공연도 올해 11월 공연되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트롬본, 튜바, 트럼펫 등의 악기를 의인화한 캐릭터들로 구성된 부니부니 음악탐험대가 소리마왕에게 붙잡혀간 엄마를 찾는 서진이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연정보
오페레타 뮤지컬 판타지아 시즌2는 2023년 12월 3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만날 수 있다. 공연의 관람등급은 36개월 이상, 관람시간은 70분이다. 공연시간은 평일에는 2번(오전11시, 오후2시) 주말에는 3번(오전11시, 오후2시, 오후4시30분)펼쳐진다.
공연장에 입장하면 부니부니 음악탐험대 캐릭터 포토월부터 크리스마스 코스튬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월도 두 개나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우리는 11시 공연을 관람했고 자리는 1층 중앙 복도쪽이었다. 공연장은 1층과 2충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공연 중간중간마다 등장인물들이 객석으로 이동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들이 있다. 앞좌석 일부 관객들만 해당되는게 아닌 1층 맨 뒤부터 굉장히 꼼꼼하게 이동하면서 극을 진행한다. 그리고 종반에 이르면 객석에서 사진을 함께 찍는 시간도 가지는데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1층 복도쪽이 아이들에게 추억을 남기기에 좋은 자리인 것 같다.
어른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공연
그동안 다온이와 함께 봤던 공연들은 단순히 보호자 입장에서 함께했는데 이번 공연은 흥미롭게 즐겼다. 차이점이 뭐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뽀로로나 티니핑 등의 공연은 단순히 티비 속 캐릭터들이 무대에서 그들이 진짜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포인트다. 관객들이 열광하는 것은 각각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시그니처 제스처와 멘트들이다. 관객들은 변신할 때 취하는 손동작과 주문들에 열광하며 무대에서 캐릭터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반복적인 행동을 계속한다. 그러나 판타지아는 모험을 떠나면서 겪게 되는 위기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가족과 친구의 의미 협동의 의미등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져보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여섯살이나 일곱살 정도 되었다면 주인공 서진이의 모습에 자신을 자연스럽게 이입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무대 중앙에 위치한 15인조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와 이들 연주를 통해 듣게되는 다양한 클래식 고전들과 배우들의 노래들이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무대 양옆의 스크린을 통해 연주를 통해 관객이 듣는 곡에 대한 설명이 펼쳐지는데 연주가 시작되고 스크린에 곡명이 나올 때마다 '아! 이게 이거였구나!'라거나 '오~이건 엄청 들어본 건데?' 하는 반가운 마음이 든다. 아이들에게는 고전 음악들과 악기들에 대한 친근감을, 어른들에게는 여태 살면서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곡들과 노래의 라이브 무대를 경험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끝나고 시작되는 또 한 번의 뮤지컬 파티
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서진이는 음악특공대와 함께 시련을 이겨내고 소리대마왕을 물리치고 엄마를 찾게되고 친구와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된다. 이렇게 공연이 끝나면 무대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무대가 펼쳐지는데 호두까기 인형 춤이라든가, 캐롤등을 부르며 관객과 함께 하는 공연을 완성한다. 이 때 모든 배우분들은 객석을 계속해서 돌면서 최대한 많은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신다. 여기저기서 사진 요청이 있음에도 정말 친절하게 아이에게 공연 즐겁게 보았냐고 말 걸어 주시고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해주시는 모습에 아이와 함께 이 공연을 선택한 것이 정말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이는 얼마나 흥분되고 떨리는 순간이었을까.
이상하게도 서울과 경기도에 10년 정도 살면서도 국립중앙박물관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처음 국립중앙박물관에 왔던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방문한 박물관은 그동안 내가 왜 이 곳을 한 번도 와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공연을 오전에 보고 박물관 식당에서 밥을 먹고(공연이 끝나고 박물관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었는데 분식부터 한식 중식까지 메뉴가 다양해서인지 인기가 좋은듯 했다.) 오후에 박물관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하루를 보내는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나는 다음 모험을 기다리는 사람인가?
이야기 중간에 이런 장면이 있다. 부니부니 음악 탐험대가 어느 동굴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받는 장면이다. 할아버지는 탐험대에게 소리대마왕을 물리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하면서 본인은 실패했지만 너희들은 꼭 성공할 거라고 믿는다며 격려한다. 그 할아버지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 왜 물리치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할아버지도 부니부니 음악탐험대가 결국은 소리대마왕을 물리칠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답과 그로 인한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모험에 대한 의지가 없으며(다른 이유가 엄청 많겠지만 작품에서 설명을 못했을 가능성이 크긴 하다) 그렇기에 활기가 없다. 하지만 음악탐험대는 아직 답도 모르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활기에 가득차있다. 이 모습을 보고 지금 나는 어떠한 모험을 선택하려고 하는가? 모험 자체를 두려워 하는 사람이 된지 오래된건 아닐까 하는 미묘한 감정을 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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