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어가 필요없는 진짜 숭어회 맛집
와이프와 정읍에 갈 때면 아버지가 같이 가고 싶어하는 횟집이 있다. 항상 "심원 가서 숭어회 먹을래? 거기가 잘혀. 지금이 숭어 철이여" 라고 말씀하셨고 이번에는 기회가 되어 방문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신나는 마음으로 운전을 하셨고 40여분을 달려 고창군에 있는 조용한 마을에 도착했다. 식당 맞은편의 넓은 갯벌과 바다가 마음을 탁 트이게 하는 곳이었다. 쌀쌀한 바람과 함께 마음과 머리가 상쾌해졌다.
자연산 후계자 활어집
전북 고창군 심원면 서전안길 25-7
네비게이션에 찍힌 목적지가 분명해도 이게 맞는 길인가? 싶은 곳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아버지는 이런곳을 어떻게 알고 운전해서 오시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식당까지 들어가는 길에는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간판이며 장비들을 볼 수 있었는데 날이 조금 따뜻해지면 아이와 함께 한 번 더 와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간판없는 진짜 숨은맛집의 설레임
조금의 검색만 한다면 어떤 식당에서 어떤 메뉴를 파는지 알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간판 없는 식당' 앞에 서니 '드디어 중요한 비밀을 마주했구나!' 하는 성취감이 들었다. 깊숙히 들어가지 않으면 대체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알 수 없는 곳처럼 생겼다. 빗자루 옆에 대충 올라가 있는 숭어회라는 글자는 '이게 간판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아버지는 비밀의 장소를 자주 왔다갔다 하셨기 때문에 거침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주인 아저씨에게 정말 오랜만이라는 인사를 건넸는데 그게 또 그렇게 멋있을 수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1년이 넘는 기간동안 계속 배달과 포장으로만 팔다가 최근에서야 홀에서도 먹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우리는 열두시 이전에 도착했는데 벌써 여러 자리에 예약석이 세팅되어 있었다. 중간정도 먹고 있으니 어느새 홀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되었다. 홀 중앙에는 난로가 있는데 여기에서 흐르는 온기에 몸과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토록 다양한 숭어회의 향연!
준비된 음식은 금새 나왔다. 4인상의 모습이다. 예쁜 그릇에 깔끔한 세팅이다. 숭어회는 김에 싸먹는건지 두툼한 김이 푸짐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부위별로 준비된 플레이팅이 매우 인상적인 모습이다. 특히 작은 접시에 놓여있는 껍질과 닭똥집처럼 생긴 숭어의 위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 맛이 궁금하기도 했다.
껍질은 물에 데친 것이라 하셨는데 질기지도 않고 비리지도 않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씹는 맛의 재미를 더해준다. 좌측에 닭똥집 비슷한 분홍색 부위는 숭어의 위라고 한다. 아삭아삭한게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다. 예쁜 새싹들이 위에 놓여 있는 부위는 ... 까먹었는데 한 번에 집어서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 없어질 정도다. 새싹의 식감과 향 사이로 느껴지는 숭어가 너무 부드럽다. 각각의 부위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식감과 맛들 때문에 전혀 질리지 않는다. '물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훌륭한 한 상 차림이다.
마무리까지 너무나 만족스러운 숨은맛집
회를 다 먹고나서 회덮밥을 시켰다. 4인 기준 2만원인데 양이 어마어마하다. 사진을 못찍어서 그 푸짐함이 느껴지지 않아 안타깝다. 새싹과 콩나물 김가루와 함께 앞에서 먹었던 양만큼의 숭어회가 들어있다. 1인에 5천원이라는건데 어디가서 절대 이가격으로 이만큼의 퀄리티를 가진 회덮밥은 먹을 수 없을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함께 나오는 미역국도 푸짐하다 걸쭉하고 깊은 맛이 회덮밥과 잘 어울린다.
술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도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자리였다. 안타깝게 돌아가는 길에 운전할 사람이 없어 아버지만 술을 드셨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푸짐한 숭어회를 먹으러 아버지와 함께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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