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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생각

반드시 다가올 미래: 한눈에 이해하는 기후 변화 이야기

by 다오파더 2023.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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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이야기

끓는 지구 시대의 도래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와 이로 인한 위기가 더 이상 남의 일 또는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키울 수가 없었던 농작물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장마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 같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우려섞인 전망이 아니게 되었다. 올 7월 UN에서는 " 지구 온난화의 시대는 끝났고, 끓는 지구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속도를 늦추는 것도 어렵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늘날의 위기는 과거에 수차례 언급되었으며 놀랍게도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기후 재앙까지 남은 시간 3년

서울대학교 남성현 교수가 지은 <반드시 다가올 미래>는 오늘날 기후 위기의 원인과 전망을 다룬 책이다. 기초적인 용어 정의부터 시작해서 기후 변화의 원인과 앞으로 벌어질 일들,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과 해법 등에 관해 질의 응답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책의 제목과 홍보 카피를 합쳐보면 '재앙은 3년 후에 반드시 올것이다'라는 의미로 매우 무시무시하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티핑포인트(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갑자기 폭발하는 지점)가 어떻게 되는지 추정중이며 대략 1.5도 정도로 보고 있다. 티핑포인트에 도달해버리면 파괴적인 재앙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마지노선을 넘지 않게 잘 대처해야 한다는게 그들의 오랜 경고였다. 기부 변화에 관한 정부 협의체 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하는 경우 2018년에 전망했던 수치보다 무려 10년 이상 앞당겨진 2020년~2040년 사이에 산업화 대비 1.5도 이상 오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

온실효과란 지구의 지표면에서 우주로 유출되는 복사에너지를 흡수했다가 다시 지표면으로 되돌려 보내주며 지구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효과를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온실효과를 가져오는 기체를 온실가스라고 부른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다른 온실가스에 비해 훨씬 높으며 인간의 여러 활동들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온실효과의 80%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의 사용등은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를 점점 높아지게 만든 주 원인이며 가축 사육, 매립된 쓰레기의 분해 과정 등에서 대기중으로 배출되는 여러가지 물질들이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각종 기후 변화 문제의 원인이다. 

 

지구 온난화는 인간만이 원인인가?

과학자들은 앞서 언급한 IPCC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후 변화를 진단 및 평가하며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제4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에는 과학적 근거에 의해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명백히 인간 때문'이라는 표현이 포함되었다. 기후 회의론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과장되었으며 자연적 기후변동성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지만 IPCC의 보고서가 발간될수록 과학적 근거를 통해 인위적 기후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구가 단지 더 따뜻해지는게 뭐가 문제지?

전 지구적인 물 순환을 예로 들 수 있다. 수문순환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지구상 존재하는 물이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것을 뜻한다. 바다에서 해수가 증발하며 수증기가 대기 중에 공급되고 응결하여 구름이 되고, 강수를 통해 육상에 공급되는 물은 강이나 호수, 지하수를 거쳐 다시 바다로 흘러가면서 완성된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이 패턴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전 지구적인 강수 패턴의 변화가 동반된다고 한다. 우리가 요즘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지구촌 곳곳의 이상기후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저지대가 모두 침수될 정도로 비가 내리는데 어떤 나라에서는 건조해 발생한 산불이 끊임없이 계속된다.

해수면 상승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해보자면 지난 수십년간 해수면 상승은 지속되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가속화 되고 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2100년 평균 해수면 전망치는 2000년보다 최대 1.2미터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에 관한 검색 도중 과학자들의 예측을 반영하여 지도로 표현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어 찾아보았다. 해수면 상승과 해안 홍수로 인해 위협받는 지역을 기간별로 예측해 보여주고 있다. (2100년에는 우리나라 서해안 대부분의 도시가 상당히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ea level rise and coastal flood risk maps -- a global screening tool by Climate Central

Interactive global map showing areas threatened by sea level rise and coastal flooding.

coastal.climatecentral.org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양산성화

산업화 이후 인류의 누적 탄소배출량 증가 속도와 달리 비교적 더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했던 것은 육상과 해양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일부 흡수해 주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수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이 능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고 약해지면 약해질수록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시간이 지날수록 이산화탄소가 해수에 녹아 산성화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용존 산소 농도는 낮아지게 되어 무산소 환경의 바다를 일컫는 죽음의 바다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해수가 산성화되면서 조개나 갑각류, 산호 등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반대로 산성에 잘 적응하는 해파리의 개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결국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변화와 함께 인류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지구온난화와 자연재해

모든 자연재해의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만은 아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 환경변화는 전통적인 자연재해의 성격까지 바꾸고 있다. 만년설이 사라지며 빙하가 누르던 압력이 변하므로 화산이나 지진활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열대성 저기압 현상인 태풍을 강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태풍은 해수의 증발로 공급되는 수증기의 응결 과정에서 그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수온이 높아 증발이 활발한 열대 해역에서만 생성될 수 있는데 온실효과가 강화되면서 해수의 수온이 계속 오르고 전반적으로 증발이 활발해지면서 태풍이 만들어지기 쉬운 환경으로 변하는 중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는 슈퍼 태풍이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경로로 상륙하는 일들이 더욱 빈번하게 벌어질지도 모른다. 

 

얼음이 녹는 것, 그 이상의 파장

과학자들은 2002년부터 빙상의 두께를 감시하고 있는데 빠른 속도로 얇아지고 있다고 한다. 연간 2,810톤의 빙하가 사라지는데 그린란드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전세계 평균 해수면은 약 7미터 정도 상승한다. 그리고 남극의 빙상이 모두 녹으면 무려 58미터의 해수면 상승이 일어나게 된다. 그 외에도 영하의 온도로 유지되는 영구 동토가 있는데 추운 지역에 위차하며 북반구 육지 면적의 약 24%를 차지하는 영구 동토가 녹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영구 동토에 얼어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밝혀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하며 인간을 위협할 수도 있는 일이다. 뉴스를 살펴보면 이들을 '고대 바이러스' 또는  '좀비 바이러스' 라고 표현을 하는데 과학자들은 얼음 밑에서 새로운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이들을 다시 살려내기도 하는 등 미지의 존재에 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16년에는 녹은 영구 동토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탄저병 포자에 의해 20여명이 탄저증으로 진단되었고 순록 2천여마리가 죽는사태가 시베리아에서 발생했다. 영구 동토층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들이 녹으면서 배출되고 있는 어마어마한 메탄가스의 양이다.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이산화탄소이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지수의 기준이 되고 있지만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에 더 위협이 된다. IPCC 5차 보고서에 의하면 이산화탄소의 20년동안 지구온난화지수를 1이라고 할 때 메탄은 84라고 한다. 메탄은 20년 뒤에 이산화탄소보다 84배 강한 온실효과를 일으킨다는 뜻이다. 

 

기후대와 식생대 변화

벚꽃의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소식은 이제 특별한 소식이 아니다. 온대기후, 냉대기후 등으로 구분되는 기후대와 식물의 최적 서식 조건을 따라 위도나 고도가 비슷한 곳에 띠 모양으로 분포하는 식생 지역인 식생대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21세기 후반에는 2월말 봄꽃이 개화할 것이며 사과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감귤 역시 2000년대부터는 경기도 이천과 충남 천안 등 내륙에서 재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생물다양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생명체와 생태계는 서로 상호작용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의 변화는 곧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생물다양성 과학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까지 전 세계 8백만종의 생물이 발견되었으나 수십 년 안에 1백만 종이 멸종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 변화는 식수난과 식량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2019년 마다가스카르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마다가스카르는 원래 풍요의 땅으로 불렸던 나라다. 그러나 기록적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 수확에 큰 영향을 받으면서 100만명 이상이 긴급 식량 구호를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식량자급률이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인 우리나라에게 기후 변화에 맞춰 새로운 식량 생산방법을 찾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기후전쟁

이 부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기후 변화는 지구의 자연적 현상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사회경제적 여파가 너무나도 크다.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난 식수난은 결국 새로운 땅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간의 갈등으로까지 이어진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20세기에 발생한 아프리카 무력 충돌 중 최대 20%가 기후위기로 발생한 것이었고, 미래에는 그 영향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의 원인 중 하나도 기후변화가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외교ㆍ안보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은 2020년 우크라이나에의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수확량 감소가 사회 정치적 혼란과 불안을 가져왔고 러시아에게 틈을 내주었다고 분석했다.

 

때를 놓친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거의 그렇다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많이 늦은 것은 분명하다. 국제사회는 2010년대를 넘어서야 비로소 온실가스 감축 의무 강화, 탄소중립 선언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그동안 안일했다. 지금으로부터 아무리 탄소배출량을 감소시켜도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난화 1.5도 수준의 상승은 2030~2035년 전후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것은 기존 매리 기후 전망치에 비해 10년이나 더 앞당겨진 결과물이다. 그러나 2050년 이후에 대한 예측결과는 시나리오마다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결론은 지구 온난화 수준이 2도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지구를 돌보기 위해 우리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말로 책은 마무리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모든 생명체를 소중히 여기며 지구환경과 자연생태계를 좀 더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은 과학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다행히 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미 많이 늦은데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구나 하는 생각에 좌절감이 들었고 다음 세대의 인류는 지금보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삶을 살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딸아이가 생각났다. 그런데 나는 인류는 답을 꼭 찾아낼 것이라고 믿는다. 설국열차의 세계에서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험이 아주 크게 실패했지만(실험이 실패한 이유가 한국과 미국에서 쓰는 단위가 달라서였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압도적인 과학기술의 발달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줄거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인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적응력을 갖추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아무쪼록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많아지는 만큼 지구를 다시 건강하게 돌릴 수 있는 작은 움직임들이 끊임없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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