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중국

보이지 않는 중국의 진짜 모습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중국이 가진 파워를 실감하고 있다. 중국의 여러 엘리트들은 세계의 경제와 과학기술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화려한 대도시는 첨단의 끝에 세워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가 한 번에 휘청이는 일이 발생하면서 어딘가 미묘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그 균열 안으로 들어가 대도시 거대한 번화에 비해 완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가난한 농촌 지역을 주목하며 앞으로 중국의 문제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짚어주고 있다.
 

도시중국과 농촌중국을 나누는 '후커우 제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개념이 있는데 그것은 '후커우'라는 제도다. 주민등록제도와 비슷한 것으로 크게 '도시 후커우'냐 '농촌 후커우'냐로 구분된다. 이것은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되며 부모의 신분에 따라 결정된다. 즉 내가 농촌 후커우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내가 도시에서 일을 해왔고 도시에서 아이를 낳았더라도 나의 아이는 농촌 후커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중국인들이 두 개의 분리된 경제 시스템 안에서 살게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인들은 지금도 도시중국과 농촌중국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의 큰 문제는 폐쇄성에 있다. 농촌 후커우를 가진 사람은 농촌지역에서만 사회적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교육과 의료 서비스가 완전히 후커우에 따라 정해지는데 농촌의 부모가 벌이를 위해 도시로 이주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법적으로 아이들을 도시의 공립학교에 보내거나 도시의 공공병원에서 치료받게 할 수 없다. 오직 그들의 고향과 농촌마을에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농촌 부모들은 다음의 세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첫 번째는 자녀들과 함께 농촌에 남는 것, 두 번째는 아이들을 농촌에 남겨두고 부모들만 도시에서 일을하는 것, 세 번째는 전부 도시에서 사는 것이다. 어떠한 선택을 하든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어렵다. 모두 교육의 질에 대한 의문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선택이며 도시 후커우를 가진 사람들에 비해 넘어야 하는 장애물이 너무나 높고 많다. 후커우를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64%가 농촌 사람들이다. 여태 중국은 인구의 반을 넘게 차지하는 사람들에 대해 인적 자본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720783?sid=104
위 기사는 중국의 후커의 정책과 관련된 것인데 중국 내에서도 이 제도에 대한 완화 또는 폐지에 대한 이야기가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도시의 과밀화를 막기 위한 정책이었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농촌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중국의 드라마에서도 농촌 출신 대학생들이 후커우로 고민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며 맞선시장에서는 베이징 후커우 보유자가 등급이 높다고 한다. 사실상 자유를 구속하는 신분제로 보이는데 전에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개념이었다. 
 

인적자원 투자의 중요성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서 빠져나와 다음단계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안전하게 잡기 위해서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한창 배워야할 아이들의3분의2는 농촌 지역에 있다. 더이상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지 않는 중국이기에 많은 농촌 아이들을 저숙련 노동이 아닌 전문성과 숙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기르기 위한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 교육이야말로 농촌 지역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이들로부터 중국 경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1960년대 중진국이었던 100여개 나라 중 2008년까지 고소득 국가가 된 곳은 13개국 뿐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 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심지어 그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13개 나라와 나머지 나라의 차이는 인적자원에 있다. 중진국 함정을 빠져나온 나라의 고등학교 진학률은 70% 이상이나 그렇지 못한 나라의 고등학교 진학률은 40%가 되지 않는다. 중국은 30% 수준이고 대학을 다닌 사람은 그것의 반도 안된다. 중국의 인구를 생각하면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의 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인적자원은 어느 순간 그 양을 맘대로 늘릴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내일까지 시스템을 갖추어 바로 시작한다고 해도 몇 년이상 걸리는 일이다. 

과거 중국은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최소한의 훈련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경제는 성장했다. 1990년대 중국의 저임금은 농촌 구석의 젊은이들을 도시로 불러들일 수 있을만큼 매력적이었지만 2005년경부터 임금이 계속 오르기 시작했고 공장들은 더 낮은 인건비를 찾아 중국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럼 임금이 왜 올랐는가? 인구가 줄고 있는 것도 원인이지만 저임금에 저숙련 노동을 할 의향이 있는 농촌의 젊은이들이 대부분 도시로 나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공장이 문을 닫으면 이들 노동자들은 할 수 있는게 없어진다. 

지난 몇십년간 농촌의 저숙련 노동자들에겐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임금이 오르면서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것을 충족시키지 못한 나머지는 남은 저숙련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되고 여기에서도 낙오자가 발생하게 된다. 이들은 농촌으로 돌아가지 않고 비공식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다. 비공식 분야란 노동자들이 제대로된 계약을 맺지 않고 복지제도도 없는 즉, 노동자들이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경제부문을 의미한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사회적 지위가 상승될 가능성이 매우 적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 쉽다. 상황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면 인간은 무기력함에 빠지거나 분노하기 마련이다. 이 분노는 곧 범죄나 폭력으로 이어지기 쉽다. 범죄율의 상승은 외부의 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이들에 대한 비용을 증가시킨다. 악순환의 반목이다. 책에서 예로 드는 멕시코도 충분하지 못한 인적자원 때문에 주변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범죄로 눈을 돌렸고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멕시코는 범죄조직으로 더욱 유명한 나라가 되었다. 또한 중국은 현재 성비가 매우 불균형하다. 폐쇄적 인구정책과 남아선호사상으로 2000년부터 10여년 넘게 여아 100명당 120명의 남자가 태어난 상황이다.
 

아직은 불안한 토대

1990년대까지도 중국은 다른 중진국 대비 고등교육에 훨씬 적은 돈을 투자했지만 다행히 2000년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0년대 이후 중국의 아이들은 이전과는 다른 교육시스템에서 지내고 있으며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다. 중등교육 이후 엘리트 교육경로를 따라가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직업 고등학교의 확대도 진행했다. 여기에서 교육 제공의 범위를 넓히고 더욱 전문적이고 숙련된 노동자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여기에도 문제가 많다. 뭐든지 급하게 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직업 고등학교의 등록에 인센티브가 붙다보니 껍데기만 학교인 곳도 많으며 늘어나는 학교 수만큼 교육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보기 힘들다. 학생들은 배우는 방법을 먼저 배우는 동시에 어디에서든 써먹을 수 있는 보편적인 기술을 습득해야 하나 이들 학교에서 진행되는 어떠한 특정기술에만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적절한 규제와 관리감독은 필요하다.

많은 노력으로 오늘날 농촌은 훨씬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학교도 많아졌고 선생님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이제 농촌의 아이들도 도시의 아이들과 같은 것을 배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길이 멀다. 농촌의 아이들은 몸이 좋지 않아서 일정 부분의 성취를 이루기 어려운 경우가 너무 많다. 먼저 농촌 아이들은 철분이 부족하여 빈혈 문제를 늘 안고 있다. 실제 빈혈은 학습에 치명적인 방해 요소라고 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중국의 30% 이상이 철분 부족 상태이다. 두 번째로 이 아이들은 눈이 나쁘다. 중국에서 시력문제를 가진 학생들은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2~3배 더 많다. 안경이 필요하지만 이들은 안경이 없다. 글자가 보이지 않아서 공부를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세 번째는 공중 보건의 후진성으로 인한 기생충 감염이다. 이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교육제도를 바꾸고 학교를 짓는 것보다 쉬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에게 적절한 영양분과 안경과 구충제를 제공하는게 어려운 이유는 이러한 것이 왜 문제인지를 그들의 부모세대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세대가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은 점도 문제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건강의 질을 높이는 것도 개선과제다.

교육과 건강과 함께 중요한 것은 영아기 때의 인지발달 지체를 겪지 않는 것이다. 지은이는 농촌지역의 반 이상의 아이가 인지, 언어, 사회 정서 발달에서 뒤처져 있다고 하며 농촌 후커우를 가지고 있는 인구가 전체의 반 이상이 넘는다는 것을 볼 때 발달 지체 문제는 중국 전반에 만연한 것으로 본다. 인생의 초기에 이러한 지체를 겪게 되면 그것들이 쌓여 평생에 걸친 문제를 남긴다. 어릴 때 인지 테스트에서 낮은 결과를 기록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특정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영양실조 또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이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의 헌신적인 감정적 상호작용이 있어야 뇌를 발달시킬 수 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책을 읽어주고 이상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모양과 색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농촌의 아이들은 대부분 이런식으로 교육받지 못한다고 한다. 지은이의 연구에 의하면 농촌마을의 가정 중 5%만이 책을 읽어주고 10%만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30%만이 장난감으로 아이들과 놀아준다.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아서 방임한게 아니다. 단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보고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갈림길 앞의 중국

정리해 보자면 보이지 않는 중국의 문제 즉, 도시와 농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효율적인데다가 모두에게 고통만을 안겨주는 후커우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교육과 관련한 재정 지원을 완전히 중앙집권화 해야 한다. 세 번째로 단기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다. 모두 농촌의 '아이들'이 양과 질에서 모두 수준높은 교육을 오랫동안 받을 수 있는 것과 연관이 되어 있다. 소수의 엘리트들만으로 중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해외에서 길을 찾으려는 여러 정책들도 문제가 많다. 농촌의 교육과 사람에 대한 투자만이 중국 경제의 쇠퇴를 막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중국 농촌의 현실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중국이 현재 중요한 기로에 서있고 이것을 해결하기만 한다면 얼마나 더 영향력 있는 나라가 될지 궁금해졌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살펴봤을 때 당연히 제공되는 것,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부족하여 반절이 넘는 사람들이 배우지 못하고 있고 중국의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에서 꾸준히 지원하고 노력하고 지켜보지 않는 한 짧은 시간 내 변화하는 것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은이는 중국은 이미 영향력이 매우 큰 나라이기 때문에 계속 성장하고 안정을 유지해야 세계가 번영한다는 입장인데 아무쪼록 개선과 발전이 모든 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이 되었으면 한다.